내가 울 엄마에게 할 일 너무 많아서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말씀드리니, 너희 아빠는 아침 7시 반 가게 출근하시기 전에 새벽 4시쯤 밭에 나가서 농사일 하시고, 6시쯤 골프연습장에 가셨다가 그리고서 출근하신다고.
아빠… 밭에서 기르고 있는 작물 열 가지 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30분 정도 자전거 타고 연습장 가셔서 연습하시고 가게문 열고 가게에서는 물건 파시면서 늘 독서하시고, 때때마다 도덕경을 필사하시거나, 영어 단어를 외우시거나, 신문 적어도 세 가지 종류를 꼼꼼히 읽으시고, 어쩔 때는 과학 공부까지 하심. 나처럼 철학책 읽는 것도 좋아하시고 독서를 매우 좋아하심.. 특히 우리집에 오셨다가 내가 가진 책 목록 훑어보시고 내가 현재 읽고 있지 않는 책들 몇 권 빌려가셔서 읽는 것을 좋아하신다.
아빠는 젊은 시절 포항제철 다니시다가(그래서 난 포항에서 태어남) 나 돌 무렵 농사가 젤 좋다고 조부모님 계신 시골로 다시 오셔서 농사짓고 목장하시고, 자영업도 하시고.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몇 번 썼지만 내일 일도 오늘 하자는 주의로 정말 말도 안되는 대가족 맏며느리 생활에 하도 익숙해져서 지금도 새벽 4시면 눈이 번쩍 떠진다 하신다. 늘 새벽에 대가족 밥짓고 하루 세 끼 새밥하고, 두 번 새참 다 새로 만들고(그러니까 매일 다섯번은 음식을 만들고 10인분씩 광주리에 이고 논으로 배달까지), 농사일 돕고, 목장일 하고, 조부모님 모시며 집안일 다 하시고, 나와 동생 기르시고, 할아버지 술 친구분들 오시면 수시로 안주상 차려내고 물리고, 아주 엄한 시어머니였던 울 할머니 모시고 살고 등.
그래서 엄마는 아직도 쉬지 못하고 항상 움직이신다. 부지런히 몇 사람분의 일을 해내는 것이 뼛속까지 습관이 되어.
내가 아무리 바빠도 명함도 못내민다. 부모님에 비하면 난 좀 많이 게으른 편?
재미있는 점은 부모님 서로 아니 사람이 무슨 일을 저렇게 계속, 많이 하나 서로 놀라시는데 서로 비슷하시고. 엄마는 “너희 아빠 일하시는거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신다.
그런데 우리집에서 가장 부지런하셨던 분은 역시나 조부모님이셨으니, 정말 맨손으로 일곱살 무렵부터 일을 하셔서 식구들 살아갈 기반 마련해주신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나의 할머니는 정말로 내가 아는 한 쉬지 않고 일하셨다. 조부모님과 같이 살았기에 늘 일하시는 모습만 봄. 연로해지셨을 때를 제외하고는. 할머니는 멀리 미국으로 시집간 막내딸이 집에 왔는데도 비닐하우스 안의 일 다 끝내고 가야 한다고 한 참후에 보러 나오셨다고. 일 욕심이 엄청나셔서. 우리 엄마는 너희 할머니에 비하면 엄마는 정말 깔끔하지 못하고 게으른 거라며. 할머니 대단하셨다고.
그런데 나에 이르러 그 부지런함은 조금 감퇴된 건가. 모두 정말로 말도 안 되게 근면 성실하신 집안 어른들. 체력도 모두들 좋으셨고. 시대를 잘 못만나 다들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시긴 했는데 형편상 공부는 하지 못하셨다고 하신다.